서 론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의 협착이나 폐쇄로 인해 10초 이상의 저호흡이나 무호흡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빈번한 각성과 혈중산소포화도 저하를 동반하다[
1].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유병율은 남성 4%, 여성 2%로 상당히 높은데, 비만 인구의 증가와 함께 유병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1].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피로, 주간 졸음, 두통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기도 하고,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뇌졸중, 우울증, 당뇨 등의 질환 뿐 아니라 자동차 및 작업장 관련 사고도 증가시키며,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1]. 이처럼 높은 유병율과 심각한 합병증을 고려하면 국가적으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 생각된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치료로는 체중관리와 생활습관 개선, 수술, 구강내 장치, 양압호흡기 등이 있다[
1]. 양압호흡기는 공기 펌프를 이용해 코로 공기를 주입하여 폐쇄된 상기도를 개방해주는 장치로 1981년 호주의 Dr. Sullivan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1].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치료법 중 가장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지만, 마스크 착용시 불편함, 공기 누출, 입마름, 호기시 느껴지는 압력 등의 원인으로 유지율(adherence)이 낮고,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적 부담도 커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 하지만, 양압호흡기의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었고, 국내 의료진과 판매자들의 치료 경험도 쌓였으며, 무엇보다 2018년부터 양압호흡기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어 최근 사용이 급증하게 되었다[
2]. 하지만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보험제정의 지출도 크게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의료의 전 분야에 걸쳐 비용효과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이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3]. 즉,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의학적 관점에서 조금 더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 개발되었다고 해도 비용이 너무 비싸면, 결과적으로 비용당 효과가 낮아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반대로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아주 뛰어나면서 비용이 조금만 증가한 경우나 효과가 비슷하다 해도 비용이 저렴해진 경우 비용당 효과가 높아져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익이 된다[
3].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양압호흡기를 사용하면 여러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1]. 하지만, 그 효과를 양압호흡기 치료비용과 함께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서유럽과 북미 국가에서는 양압호흡기의 비용효과분석에 대해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공통적으로 양압호흡기가 비용효과적이라고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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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하지만, 비용효과분석은 개별 국가의 의료시스템과 의료 비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가별로 시행되어 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양압호흡기의 비용효과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국내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양압호흡기의 비용효과분석을 시행하여 치료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고 찰
양압호흡기에 대한 비용효과분석은 외국에서도 다수 진행되었다. Ayas 등[
6]은(2006년, 미국) 양압호흡기 착용이 자동차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Markov 모델을 이용하여 계산하였는데, 완벽하게 건강한 1년을 의미하는 질보정수명연수(quality-adjusted life year) 1단위를 환자가 누리기 위해서는 보험자가 $3,354(3,790,54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교통비용, 시간비용, 간병비용 등의 비의료비용과 생산성 손실비용을 모두 고려한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315(55,999원)만 더 지불하면 되었다[
6]. 동일한 연구방법으로 Tan 등[
7]은(2008년) 캐나다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보험자 관점에서 질보정수명연수 1단위에 $3,626(4,097,942원) 소요되고 사회적 관점에서는 $2,979(3,366,731원)가 소요된다고 보고하였다. Guest 등[
4]은(2014년, 영국) 2형 당뇨병 환자 150명에게 양압호흡기를 처방하고 대조군 150명과 5년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당화혈색소는 양압호흡기 처방군에서 8.2%로 대조군 12.1%에 비해 매우 의미있게 감소하였고, 질보정수명연수가 0.27 증가하였다. 보험자는 환자 1인당 5년간 £4,141(6,439,502원)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질보정수명연수 1단위에 £15,337(23,849,953원)이 소요된 것이다[
4]. Catala` 등[
5]은(2016년, 스페인) 373명의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하였는데, 양압호흡기 착용 첫해에는 진단, 양압호흡기 압력 보정 등의 비용으로 인해 1단위 질보정수명연수에 €51,147(67,855,414원)가 소요되었지만, 다음 해에는 €1,544(2,048,385원)만이 소요되었다. 2019년 Streatfeild 등[
8]은(2019년, 미국) Markov 모델을 이용하여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과 사고를 고려하여 5년간의 비용효과를 분석하였다. 의료비용과 비의료비용을 모두 고려한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양압호흡기는 장애보정생존연수 1단위를 방지하는데 $12,495(14,122,786원)가 소요되는데, 사회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10,688(12,080,379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8]. 참고로 장애보정생존연수란 질병, 장애 또는 조기 사망으로 인해 소실된 연수로 질병 부담의 척도로 사용된다. 이상과 같이 양압호흡기 비용효과분석 연구의 대부분은 서구 선진국에서 진행되었는데, 직접적인 의료비만을 고려하는 보험자 관점에서 질보정수명연수 1단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약 400만원 정도가 소요되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6천만원 이상 소요된 경우도 있었다. 즉, 양압호흡기는 서구 선진국처럼 의료 서비스의 비용이 비싼 나라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치료인 것이다. 다만, 모든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한 경우 비용이 상당히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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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즉, 비의료비용이나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비용을 고려하면 좀 더 가격효과적인 치료인 것이다.
본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내에서 성인 중등도 및 중증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10년간 양압호흡기를 사용하면서 합병증 및 사고에 대한 치료를 받는다면 의료비만을 포함하면 10,738,890원이 소요되고, 의료비, 비의료비, 생산성 손실까지 포함하면 14,506,867원으로 증가한다. 반면 환자가 수면다원검사도 받지 않고 양압호흡기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합병증 및 사고에 대한 치료만 받는다면 의료비는 733,109원, 의료비, 비의료비, 생산성 손실까지 포함하면 76,724,232원이 소요된다. 이를 근거로 장애보정생존연수 1단위를 얻기 위해 보험자 관점에서는 40,873,288원이, 사회적 관점에서는 31,791,810원이 소요된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양압호흡기를 사용하여 장애보정생존연수 1단위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합병증이나 사고의 발생 확률이 높지않고, 또한 폐쇄성수면무호흡증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합병증의 발생에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 미치는 영향 또한 크기 않기 때문이다.
Table 1에서 보면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치료를 받지 않는 대조군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은 0.91%인데 양압호흡기를 착용하면 0.64%로 감소한다. 즉, 양압호흡기를 착용하면 뇌졸중의 발생을 약 30% 감소시킨다고 말할 수 있는데, 30%의 수치를 보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값 감소분은 0.27%에 불과하다. 또한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에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특정 질환의 발생에 어떠한 위험인자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개념이 인구기여비율(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인데[
20],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경우 관상동맥 질환에서 4.8%, 심부전에서 1.5%, 뇌졸중에서 4.8%, 우울증에서 3.6%, 당뇨에서 1.7%, 자동차 사고에서 3.8%, 작업장 사고에서 1.3% 등으로 매우 작다[
21]. 따라서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실제 합병증이나 사고를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한국의 의료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인 것도 원인이라 생각된다. 합병증이나 사고가 발생하여도 치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양압호흡기로 인한 예방효과의 이익도 감소한다. 합병증이나 사고의 발생 확률에 평균적인 치료비용을 곱해서 1년간의 예상 치료비용을 구해보면 치료군의 경우 55,465원, 대조군의 경우 91,350원이며, 차액은 35,885원에 불과하다. 즉, 양압호흡기 치료가 1년에 35,885원의 합병증 치료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합병증에 대한 치료비가 현재보다 10배 비쌌다면 절감효과도 10배 증가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양압호흡기의 비용효과가 낮다는 해석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22].
비용분석에서는 비용분석의 관점도 매우 중요하다[
3]. 본 연구는 보험자 관점에서 비용을 분석한 것으로 공식적인 의료비용, 즉, 급여 및 비급여 항목 비용만을 고려한 것이다. 보건의료체계적 관점의 경우 공식적인 의료비용 이외에 교통비용, 시간비용, 간병비용 등 비의료비용을 포함하고, 사회적 관점의 경우 생산성 손실비용까지 포함하는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3]. 본 연구에서도 사회적 관점의 분석이 보험자 관점의 관점보다 장애보정생존연수 1단위를 얻는데 약 1천만원 정도 저렴하였다.
본 비용효과분석에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첫째, 실제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진료 기록이나 청구 자료를 이용한 것이 아닌 단순히 모델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하지만, 매우 다양한 진료 현실을 모두 고려하기 어렵고 합리적인 모델이 오히려 현실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합병증이나 사고 발생 확률과 장애보정생존연수 등에 대해 국내 자료가 없어 외국자료를 이용하였다. 셋째, 양압호흡기 치료는 중도 탈락율이 높은데 단순한 분석을 위해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넷째, 비용효과 분석에서는 다양한 가격이나 확률의 변동성을 고려해 민감성 분석을 시행해야 하나 자료와 분석도구가 부족하여 시행하지 못했다.